현생에서 할 일이 많아서 조금 늦은 러시아 그랑프리 리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러시아 그랑프리의 타이어는 가장 부드러운 타이어들로 구성되었습니다. C3-5가 사용되었습니다.
과반수 이상의 선수들이 미디엄 타이어인 C4를 끼고 레이스를 진행하였지만,
페레즈, 알론소, 르클레르, 가슬리, 보타스, 베르스타펜, 지오비나치는 하드 타이어를 끼고 시작하였습니다.
(6위 이상의 스타팅 그리드의 선수들은 모두 미디엄 타이어를 끼고 시작했군요!)
러시아 그랑프리의 스타팅 그리드를 말씀드리면
폴 포지션부터
노리스-> 사인츠-> 러셀-> 해밀턴-> 리카도-> 알론소-> 스트롤-> 페레즈-> 오콘-> 페텔
->가슬리-> 유키-> 라이코넨-> 슈마허-> 마제핀-> 보타스-> 지오비나치-> 라티피-> 르클레르-> 막스
순으로 시작하였습니다.
보통 하위권에 있지 않은 선수들이 눈에 많이 띄는데요.
보타스, 라티피, 르클레르, 막스의 경우에는 파워엔진 교체로 인해서 백 그리드 스타트를 하였습니다.
지오비나치는 기어박스만 교체하였기 때문에 조금 이들보다는 앞선 순위에서 진행하였죠.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저번 그랑프리에서 보타스는 파워엔진을 교체했는데, 이번 러시아 그랑프리에서도 또 한 번
파워엔진을 교체하였습니다. 이것은 메르세데스가 전략적으로 보타스를 하위권 그리드로 배치하여 해밀턴과 드라이버 챔피언을 경쟁하는 막스 베르스타펜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반면 최상위권 그리드에서도 낯선 선수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노리스는 커리어 최초로 폴 포지션을 차지하였고, 2번으로 사인츠, 3번으로 조지 러셀이 시작하였습니다. 123번 그리드 단골 해밀턴이 4번 그리드에서 시작하였고, 전 그랑프리 우승자인 리카도가 5번, 드라이버 연봉 3위 알론소가 6위를 차지했고, 스트롤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7위로 시작하였습니다. 이 스타팅 그리드만 보고도 레이스가 재밌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번 그랑프리에서는 오랜만에 맥라렌이 폴포지션을 차지하였습니다.
그것도 베테랑 리카도가 폴 포지션을 차지한 것이 아니라, 요즘 좋은 폼을 보여주던 노리스가 폴포지션을 차지했습니다.
레이스가 시작되고 노리스는 좋은 스타트를 가져갔지만, 충분한 가속을 하지 못하며 2번 그리드인 사인츠가 노리스를 역전을 하였습니다. 이 장면을 보면 굉장히 사인츠가 대담하고 영리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 스타트 때 3번 그리드인 조지 러셀이 좋은 스타트를 보이며 사인츠와 휠투휠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사인츠가 사자의 심장으로 러셀과의 아슬아슬한 휠투휠을 이겨내고 곧이어 슬립스트림으로 노리스를 벗겨낸 것이죠.
반면 드라이버 챔피언을 위해 갈길 바쁜 해밀턴은 초반이 좋지 않았습니다. 스타트가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차량의 빠른 가속을 이용해서 노리스의 뒤에 붙었지만, 그 후 빠져나갈 길이 막히면서 후순위로 쳐지고 말았습니다. 해밀턴의 길을 막은 선수는 바로 7위인 스트롤이었습니다. 스트롤은 빠른 스타트로 좋은 자리를 선점하였고, 해밀턴을 막고 요리조리 빈틈을 찾아서 4위로 올라갔죠.
5,6위인 리카도와 알론소는 그들만의 싸움을 하였는데요, 스타트로 알론소가 리카도를 제껴냈지만, 파워엔진이 더 좋았던 리카도가 알론소를 바로 잡아내며 초반 스타팅 그리드대로 레이스를 진행하였죠.
뒤에 있던 르클레르, 보타스, 베르스타펜은 아무래도 하위권 선수들보다 엔진이나 차량이 좋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올 수 있었습니다. 19위 르클레르는 1랩만에 12위까지 올라왔고, 보타스는 15위, 베르스타펜은 17위까지 올라왔죠.
그리고 2 랩부터 상위권 드라이버가 20번 그리드에서 출발하면 보여주는 분노의 질주를 막스 베르스타펜이 보여줍니다. 원래도 추월에 탁월했던 막스 베르스타펜은 하위권 드라이버들이 막을 수는 없었죠. 막스를 막으라고 뒷순위로 보낸 보타스는 6 랩까지는 막스의 앞순위를 유지하며 잘 막나 싶더니 6 랩에서 거의 아무것도 안 하고 보내주죠. 저는 이 장면은 그냥 어차피 보타스는 이미 메르세데스를 떠나기로 결정이 되었고, 굳이 자신의 페이스를 망치면서까지 팀을 위해 막스를 막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그냥 못 막은 척~~ 막스가 추월을 잘 한 척~~ 하면서 그냥 인코스를 내준 느낌?? 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9 랩에서 가슬리를, 10 랩에서 르클레르를, 그리고 14 랩에서 페텔을 제끼면서 10위로 올라옵니다.
(진짜 미친 재능,,)
같은 14 랩에서 초반 사인츠에게 1등을 빼앗겼던 노리스가 세인츠를 역전해내며 1위를 탈환합니다.
사인츠는 노리스에게 역전을 당한 김에 타이어를 간 것인지, 타이어가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그다음 랩에서 바로 피트인을 해서 하드 타이어로 바꿔낍니다. 그리고 13위로 피트 복귀를 하죠.
3위였던 러셀이 14 랩에서 피트인을 하고, 4위였던 스트롤이 13 랩에서 피트인을 합니다. 앞 순위가 피트인을 했기 때문에 16 랩에 베르스타펜은 6위까지 치고 올라올 수 있었습니다.
이때 드라이버들의 순위는 노리스-> 리카도-> 해밀턴-> 페레즈-> 알론소-> 베르스타펜-> 르클레르 순이었죠.
해밀턴은 베르스타펜이 쫓아와서 마음이 바쁜데, 앞에서 리카도가 철벽 모드로 절대 안 뚫리는 방어를 선보입니다.
해밀턴이 추월을 못하는 드라이버가 아닌데, 정말 말도 안 되게 잘 막더라고요.
여기서 메르세데스의 기가 막힌 작전이 나옵니다.
각 팀의 무전은 모든 팀들이 들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메르세데스는 23 랩 때 피트인을 하라고 합니다. 그래서 좋은 타이어로 간 다음에 앞 순위를 잡자!라는 전략으로 상대 팀들은 알아들었겠죠. 메르세데스의 피트 크루들도 타이어 들고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맥라렌도 리카도가 계속 해밀턴을 앞에서 막아줘야 노리스가 안전하게 1등을 할 수 있으니까 리카도를 피트로 불러들이죠.
하지만!!!!! 이것은 메르세데스가 무전을 이용한 블러핑이었고, 해밀턴은 피트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혼자 피트인을 한 리카도는 더 이상 해밀턴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해밀턴은 이제 앞에서 자꾸 걸리적거리게 막던 리카도가 없어지고, 리카도의 차 뒤에서 받던 더티 에어 대신 클린에어를 받으며 분노의 질주를 시작할 수 있었죠.
23 랩 동안 뚫지 못했던 리카도를 무전 한방으로 없애버리는 기가 막힌 작전이었습니다.
(심지어 리카도는 타이어를 바꾸는 시간도 오래 걸렸습니다,,)
1등인 노리스와 13초가량 거리가 있던 해밀턴은 그다음 랩에 패스티스트 랩을 기록하며 미친 추격을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타이어의 한계를 느꼈는지 27 랩에 피트인을 합니다. 해밀턴의 라이벌 막스 베르스타펜도 같은 랩에서 피트인을 합니다.ㅋㅋㅋㅋㅋ 그리고 해밀턴은 타이어 교체가 매우 빨랐기 때문에 피트 복귀를 했을 때 리카도의 앞에서 시작할 수 있었죠.
29 랩에 노리스가 피트인을 하고 나왔을 때 4위로 복귀했습니다.
같은 랩에서 보타스도 교체를 빨리하고 16위로 복귀를 하였습니다.
한편 해밀턴은 타이어 교체 후 가슬리와 사인츠를 제끼면서 노리스 뒤에 바로 붙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경기 초반에 해밀턴을 막던 리카도는 이제 베르스타펜을 막기 시작하였습니다. 리카도가 진짜 베테랑은 베테랑인게 다른 드라이버들은 비교적 쉽게 제끼는 해밀턴과 베르스타펜을 굉장히 영리하게 잘 막는다는 것입니다.
노리스는 3등이었던 르클레르를 잡고 3위로 안착했습니다. 타이어의 한계를 느꼈는지 르클레르도 역전당하고 바로 피트인을 하였습니다. 기존 1,2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한 번도 타이어 교체를 안 한 페레즈와 알론소도 곧 피트인을 하게 되죠. 그 결과 모든 선수들이 한 번씩 타이어 교체를 하였고, 이제 노리스가 다시 1등, 해밀턴이 2등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순위가 타이어 교체에 의해서 많이 변하고 있던 와중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도 구름이 낀 흐린 날씨였는데, 53 랩 중 46 랩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이죠. 처음에는 비가 많이 오지 않아서 드라이버들을 그냥 달리려고 했으나, 점점 많이 내리는 비에 드라이버들은 타이어 교체를 해야 했습니다. 한두 명씩 트랙에서 미끄러지면서 대부분의 드라이버들은 시간이 더 들더라도 intermediate 타이어로 교체를 했습니다. 하지만 노리스와 르클레르만이 계속 교체를 하지 않았죠. 결국 노리스는 먼저 타이어 교체를 한 해밀턴에게 1등을 내주고 말았고, 트랙에서도 크게 미끄러져 1등에서 7등으로 내려앉고 말았습니다. 우승을 향한 과한 집착이 화를 부른 것이었죠. 뭐 비가 오다가 그칠 수도 있는 것이었고, 랩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할 만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타이어 교체를 늦게 한 것이 패착이 되었습니다.ㅠㅠㅠ
(얼마나 아쉬울까요...)
50 랩에서 타이어 교체를 한 해밀턴은 타이어 교체를 하지 않은 노리스를 잡고 1등을 하였고, 49 랩에 타이어 교체를 한 베르스타펜은 2위까지 올라왔습니다.(진짜 미친 재능,,) 거의 제일 처음에 intermediate 타이어로 바꾼 보타스는 48 랩에 교체를 하였는데요, 이때 그의 순위는 13위였지만 결국 빠른 판단이 엄청난 효율을 갖고 오면서 최종 5위로 마무리하게 됩니다. 2위로 시작했던 사인츠가 3위로 들어오게 되었고, 리카도가 4등, 알론소가 6등을 들어왔습니다.
이 날 해밀턴의 우승으로 해밀턴은 6 경기만에 그랑프리 우승을 차지하였고, 통산 그랑프리 우승 100번을 달성하였습니다. 정말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슈마허의 91회 우승을 꽤 뛰어넘는 수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누가 이 기록을 깬다면 저는 베르스타펜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할 가능성은 낮습니다만,,)
+여담으로 초반에 메르세데스의 벤치에서 19위로 시작하는 보타스에게 5위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레이스 중반에는 해밀턴에게 우승할 만하다고 무전으로 말했었는데, 그 말이 다 현실이 되었습니다.ㄷㄷ
러시아 그랑프리의 최종 결과는
우승: 루이스 해밀턴, 준우승: 막스 베르스타펜, 3위: 카를로스 사인츠
4등부터 리카도-보타스-알론소-노리스-라이코넨-페레즈-러셀-스트롤-페텔-가슬리-오콘-르클레르-지오비나치-츠노다
순입니다.
(르클레르도 나중에서야 타이어 교체를 해서 거의 꼴찌나 다름없는 수준..)
위에 이름이 없는 선수들은 리타이어를 한 선수들이죠.
2주 만에 본 그랑프리는 아주 꿀잼이었고, 정말 한 편의 영화와도 같았습니다. 누구에게는 짜릿한 기쁨이었겠지만, 누구에게는 뼈아픈 슬픔의 날이 되었죠. 포뮬러 원을 보는 입장에서는 이런 영화같은 경기를 계속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그랑프리도 정말 기대되고, 그때는 되도록이면 늦지 않게 리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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